Chapter 36
1.
[D.U 제 2업무지구의 괴현상]
[의뢰자 : (익명)]
[사건 개요 : 매일 새벽 업무지구 지하에서 발생하는 미지의 주파수, 특정 시간대에 해킹되는 감시 카메라, 업무지구 외곽에서 목격되는 비인가 오토마타, 인근 회사의 통계 정보 유출, 그리고 유령회사 ‘힉스’.]
[의뢰 내용 : 업무지구 외곽, 유령회사 ‘힉스’ 조사]
[의뢰금 : —–]
“……이거 느낌이 안좋은데요.”
실크가 아닌, ‘나나시 히이로’로서 맡게 될 첫 번째 의뢰의 대한 내용을 살펴보며 내린 결론.
의뢰자가 익명인 것부터 시작해서 사건 개요부터가 불길한 분위기가 잔뜩 묻어나온다. 그리고-
‘의뢰금이 왜 저래.’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적혀있는 의뢰금을 바라보며 나는 히마리 선배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기이한 의뢰서에 대한 해명을 바란다는 의미로.
그러자 히마리 선배는 그런 내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생긋생긋 웃으시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역시 그렇죠?”
“……역시는 무슨, 역시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일개 의뢰자가 저렇게 상세한 사건 정보를 취득한 것도 그렇고, 대뜸없이 유령회사를 조사하라는 내용도 그렇고. 보통의 초현상 사건은 저런 형태가 아니거든요.”
히마리는 이어서 설명했다.
“초현상을 마주한 사람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두루뭉술한 문장을 사용하죠.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가지 않는 현상이니까, 자신의 추측과 직관을 더한 문장이 더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여기엔 그런 문장이 일절 없고요.”
“애초에, 외곽에서 ‘목격’됐다는 오토마타가 비인가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힉스라는 회사가 유령회사라는 사실은? 통계 정보의 유출을 어째서 발키리가 아닌 저희한테 의뢰를 보냈을까요?”
그녀의 저의는 단순했다.
수상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상함 덩어리다.
사건의 개요부터 내용까지, 아무리봐도 초현상특무부에게 바라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히마리의 결론이었다.
“놀랍게도 이 의뢰는, 초현상특무부가 사건 신고를 받겠다고 공표한지 하루도 안되서 온 의뢰에요.”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초현상특무부는 본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 동아리다.
내가 가입하고, 학생 신분으로 활동을 할겸 히마리 또한 동아리의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적으로 최근 들어서 새로이 시작한 활동이 바로 ‘의뢰 활동’.
그렇기에 저 의뢰가 수상한 것이다.
활동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의뢰.
수상하기 짝이 없는 내용과 문장들.
마치, 우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어째서?’
대체 의뢰를 건넨 존재가 누구이기에 초현상특무부를 저렇게 찾는 것일까.
우리를 어떻게 찾았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야말로 초현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저 의뢰를 꺼림칙하게 여겼으나, 히마리 선배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히이로.”
“……저걸요?”
“그것이 저희의 의무니까요. 초현상을 직면하고, 조사하고, 해결한다. 단순한 이치지만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저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답니다.”
“…….”
“저희 동아리의 모토랍니다.”
초현상특무부의 모토.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유치하다거나 무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오랜만에 초현상특무부가 멋있어 보였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갔다올게요.”
“후후, 잘 생각했어요. 걱정마세요. 제가 최대한 서포트할게요.”
“네, 선배.”
결심은 굳혀졌고, 이제 행동만 남았다.
나의 새로운 장비를 갖추며 바깥으로 나설 준비를 하니, 히마리와 에이미가 나를 배웅해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첫 번째 의뢰, 시작이었다.
2.
업무지구란, 간단히 말해 회사가 모여있는 장소를 말한다. 사무용 건물의 밀집지, 도심지에 위치해있다면 상권 또한 발달되어 있는 장소.
하지만 내가 도착한 제 2업무지구는 D.U의 도심이라기엔 살짝 거리가 먼 장소에 있는 곳이었고, 거리의 분위기 또한 일반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인위적인 느낌이랄까?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군요. 해도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말이에요.]
“……확실히, 보통의 거리와는 다르네요.”
인파가 무수한 도심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발달된 문명이 갖추어진 장소이다. 주변에 작게나마 상권도 존재하여 일반적으로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야 정상인, 그런 장소.
하지만 내가 도착한 장소는 어째서인지 겉으로는 발달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유동인구는 한참 적었다.
마치, 속이 텅 비어있는 강정과 같은 느낌.
지구에서는 한국의 윗 나라 도시와 비슷한 정도랄까.
‘그리고 힉스. 업무지구에서 가장 건물이 큰데도 유령회사란 말이지, 저게.’
내가 업무지구에 도착한 시간은 한낮이었기에 외곽지에서 발견되는 오토마타나 지하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주파수를 탐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힉스’에 대한 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주변 회사에도 들러가며 정보를 찾아봐야지.
그렇게 내가 힉스의 주변 회사에 들러가며 하나하나 정보를 물어보았으나…….
“아니, 진짜 뭐지? 여기 사람들 왜 이래.”
[하나같이 대답을 회피하네요. 정확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과 말투였죠.]
“으음. 저 의뢰가 가짜인건가요?”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인근에서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의뢰지에 적힌 내용들에 대해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생각하면 의뢰가 거짓인가? 하게 되는 반응들이지만 나와 히마리는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존나 수상한데요.”
[씁. 나쁜 말. 그래도 확실히 수상하군요.]
장난으로 보냈다기엔 세세한 정보들, 그리고 실제로 몇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저 힉스라는 회사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정면돌파 하겠습니다.”
[네?]
“아주 잠깐만 구경하고 나오죠, 뭐.”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는 히마리를 무시하고 힉스 건물로 다가갔다.
정면에 서있는 경호 오토마타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으나 나는 빠르게 돌진하여 그들을 제치고 단숨에 건물 내부로 진입하였다.
“정지! 정-”
“거수자 발견! 당장 체-”
“와. 시발.”
뒤에서 나를 쫓아오는 오토마타들을 지나쳐 들어온 힉스 건물 내부. 그곳에는-
“……뭡니까, 이거?”
[사람이, 없군요. 정말로 유령회사네요.]
“아니, 그보다 왜 건물의 불이 켜져있죠?”
힉스 건물, 1층 프론트.
내부의 정경은 그야말로 기괴함 그 자체였다.
마치 ‘일반적인’ 회사처럼 가구가 배치되고, 내부 구조도 평범하게 생겼으나 정작 중요한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전기가 돌아가며,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
순간, 1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나는 프론트에 출력된 ‘무언가’를 보았다.
잠시 눈동자를 크게 떴지만, 태연함을 가장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2층도 가보고 싶은데.”
[우선 지금은 불가능하겠네요.]
“나중을 기약하죠, 뭐.”
나는 뒤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경호 오토마타에게 떠밀려 건물 바깥으로 내보내졌다. 그들이 내게 뭐라뭐라 욕을 퍼부었지만 무시했다.
태연하게 사과를 반복하며 호기심에 그랬다는 말만을 반복하자 오토마타들도 의심스러운 안광을 토해냈으나 별말을 꺼내지 못하고 날 돌려보냈다.
나는 힉스를 뒤로하며 작게 웃었다.
“선배, 봤습니까?”
[……? 설마, 방금 그곳에서 뭔가를 봤나요?]
“네.”
아주 경악스러운걸 봤지요. 헛웃음을 흘리며 나는 히마리 선배에게 내가 본 것을 전달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혼란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δέκα(deka)……?]
프론트의 모니터에서 정보를 출력시키던 대상.
그 이름이 바로 저것이었기에.
3.
늦은 저녁, 주변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조사한 나는 결과적으로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 인근에 있는 회사들의 대부분은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계열사라는 것.
둘, ‘힉스’가 뭐하는 회사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 가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간단한 정황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슬슬 가볼까.”
힉스에 대한 조사는 더 이상 불가능했기에 이번에는 의뢰 내용 중 하나인 외곽지구의 비인가 오토마타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의뢰서에 찍혀있던 외곽지로 향했고, 혹시나 있을 전투에 대비해 방패와 내 전용 총기를 꺼내들었다. MP7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기관단총이었다.
도착한 업무지구 외곽의 모습은 사실상 도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낙후된 장소였다.
폐업한 공장단지와 창고 건물이 위치한 도심지의 이면과도 같은 장소. 이런 곳에서 돌아다니는 오토마타라니 누가 보아도 비인가처럼 보일만했다.
“……선배. 주변에 감지되는 신호는 없나요?”
[네. 아직은 딱히 없네요.]
나는 숨을 죽이며 외곽지를 계속해서 조사했다.
어째서인지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직감이 나의 정신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마치, 무언가가 나타날 것임을 암시하듯이.
그렇게 몇분을 조사하게 되었을까.
해는 진즉에 지고, 어스름한 달이 하늘 위에서 처연하게 빛나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
의뢰서에 적혀있던 주파수.
그것이 업무지구 전역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동자를 키우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내 히마리에게 내 귓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이로. 방금 뭔가를 느꼈나요? 아직 감지되는건 없는데 말이죠.]
“……네? 선배. 방금 못들었어요?”
[뭐를 말이죠? 저는 아무것도-]
“…….”
[…….]
정적이 흘렀다.
히마리가 듣지 못했던 소리. 나만 들었던 소리.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다?
그것도 아니면-
‘일반적인 사람은 들을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그 순간-
기이잉- 콰앙─!!
어디선가 나타난 오토마타가 나를 습격해왔다.
나는 당황하며 빠르게 몸을 측면으로 날렸지만, 경악스런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미친-!”
느껴지지 않았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감각이. 저것을 감지하지 못했단 말이다.
나는 방패를 강하게 움켜쥐며 그것을 눈에 담았다.
“허.”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기에.
그것을 눈에 담자 자연스레 위험을 알리는 경종이 머릿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방금 겪었던 상황에 대한 수많은 가설이 떠오르고 지워지기를 반복하였다. 이는 나 자신이 방금의 상황을 명확한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어째서 방금 초감각이 반응하지 않았는가.’
내 감각을 방해하던 원인.
처음 느껴보는 상황. 그리고 위기.
그때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거 함정이었구나?”
이번 의뢰는, 나를 위해서 준비한 함정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곤 나는 다시 오토마타를 바라보았다.
검은 외갑, 곳곳에서 풍겨지는 푸르른 기세, 일반적인 것과는 현저히 다른 ‘속성’의 오토마타.
‘테러화’된 오토마타.
누가 이 무대를 만들었는지를 알았다.
이번 사건을 의뢰한 존재를 직감적으로 알았다.
“게마트리아.”
너희였구나, 이 시발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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