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NOVELXO Chapter 47
나는또래에비하면키가조금은큰편이지만,릴리스에비하면아니다.
지금껏릴리스에게입을맞출때도까치발을해야입이닿을정도니까.
그러니릴리스와허그를할때는목언저리에얼굴이닿았다.
그런데뒤에서안아보니릴리스의긴머리카락에반쯤가려져보이는하얀목이이상하리만치유혹적으로보이는것이었다.
그래서.
“후우~”
저지르고말았다.
그대가는프라이팬에볶아지던식재료가대신치뤄버렸으며그식재료는돌아올수없는길을걸어버렸다.
“아.서. ”
릴리스가서슬퍼런미소를지으며고개만나를향했다.
“죄송합니다….”
“왜그랬어?”
“…장난쳐보고싶었어요.”
“왜?아까전의복수야?”
그건아니었지만….아니,지금돌이켜보면아예지분이없다고도할수없었다.
내가대답을머뭇거리고있자니릴리스가몸을완전히돌려정면에서나를바라보았다.
“아서.”
돌연릴리스의머리카락이쭉늘어나더니나를사방에서감싸왔다.
순식간에나와릴리스를좁은거리만남기고누에고치처럼감싸버린머리카락들.
빛조차거의통과하지못해희미하게실루엣만보이는곳에서릴리스의눈만이빨갛게빛났다.
“하…..”
릴리스의코웃음소리가들리더니어둠속에서튀어나온릴리스의손이내머리옆을지탱하며벗어날구멍을차단시켰다.
벽꿍?
“리,릴리스…?”
빨간눈이천천히다가왔다.내바로눈앞에서멈춘릴리스.
뜨거운숨결이내입을간지럽히며어둠속에서도빛나는눈이내시야를가득메웠다.
“아서,너.내가얼마나참고있는지모르는거야?”
“…네?”
그게참은거라고요?매번나를유혹하고덮쳐오던그게?
“내가너를얼마나많이배려해주고있는지알아?지금당장에라도널….”
말과함께침을꿀떡삼키는소리가들려왔다.
“왜나미치게해?덮쳐지는걸원하는거야?이렇게해주길원해?”
“그,그렇게받아들일 줄은몰랐죠….”
릴리스의눈동자에담긴것은피식자를보는포식자의탐욕.오랜만에느끼는그강렬한감정에다리가후들거렸다.
“입벌려.”
“릴리스-”
“알아.지금당장선을넘지는않을거야.그래도….”
지근거리에서릴리스의입술움직임이느껴졌다.
“경고야.내인내심이얼마남지않았다는경고.”
릴리스의입술이달싹일때마다풍겨오는달콤한숨결에심장이미친듯이두근거렸다.다음에일어날일에긴장,아니기대를하듯이.
“그럼.화해의키스.해볼까?”
츄웁.
내입술을한번빨아들인 릴리스가속삭인다.
“입.벌려.”
그목소리에담긴뜨거운열정에나도모르게입이벌려졌다.그와동시에.
릴리스가온몸을내게밀어붙히며입술을탐해왔다.
나의입술,이,혀와타액까지.전부먹어치울기새로달려드는릴리스.
내가할수있는것이라고는정신이날아갈것만같은그키스로후들거리는다리를간신히버티고서있는것.
키스는내입에만국한되지않았다.
내볼,턱,코,이마,귀,심지어감은눈꺼풀에도릴리스의키스세례가이어졌다.
그뜨거운열기에온전히몸을맡기고향락에취해있기를한참.
릴리스가숨을고르며몸을떨어뜨렸다.
“하아….하아….”
나또한거칠어진숨을들이켰다.
머리카락이밀려나며다시시야에빛이들어오자릴리스는한결개운한표정으로나를내려다보고있었다.
“씻고와.저녁차려놓고있을게.”
“…네에….”
벽걸이시계를힐끗보니30분동안붙잡혀있었다는것을알수있었다.
후들거리는다리를부여잡으며기어가듯화장실에들어서거울을보자.
“와….”
릴리스의입술과이빨자국,번들거리는타액으로엉망인얼굴이보였다.
그리고하반신도……….
아,씻고오라는의미가이거였구나?
그렇게내가화장실에서다시나오기까지는상당한시간이소모되었다.
—-
결국찝찝한기분에샤워까지해버리고나온나는식탁에펼쳐진음식에입을딱벌릴수밖에없었다.
“이게다뭐예요?”
척보기에도윤기가도는요리들은하나같이처음보는것이었다.
릴리스가하나하나손가락으로가리키며설명을시작했다.
“이건자라탕,이건장어구이,이건쌀밥이야.아,황금벌꿀술색이조금다르지?복분자라는열매를짜넣어서그래.맛있을거야.”
“쌀이라면….대륙동부에서먹는다는그곡물인가요?”
“응.이번에는조금색다른식사로준비해봤어.내일도대비할겸…..”
“네?마지막말은잘안들렸어요.”
“으응,아니야.몰라도돼.빨리먹자국물식겠어.”
릴리스의태도가뭔가이상하다는것이느껴지긴했으나,결코내게해가될일은하지않을거라는확신이있기때문에일단은자리에착석했다.
냉큼내옆자리에앉은릴리스가손에숟가락을쥐여주었다.
“잘먹겠습니다.”
“응,맛있게먹어~”
내옆에서흐뭇하게바라보고있는릴리스의시선이부담스럽기는했으나,눈앞에음식에서흘러나오는냄새가나를홀렸다.
안그래도배고픈상태였는데릴리스와의……찐한식사(?)로기가다빠져버려더배고파졌다.
책에서본식사방식을떠올린나는우선숟가락으로자라탕이라불린국물을한번떠먹어보았다.
후르릅
“!!!”
혀를감도는담백한풍미에두눈이동그래졌다.
“와….”
절로튀어나온감탄사에릴리스의미소가한층진해졌다.
“어때?”
나는말없이릴리스를향해엄지손가락을들어보였다.
“장어구이도먹어봐.향이좀진하니까옆에있는생각하고같이먹는걸추천해.”
장어는처음보는생선이었다.이름답게기다란몸이접시에뉘어져있었으며붉은색의양념이겉에발라져있었다.
그옆에는작은종지에하얗게채를썬생강이있었다.생강은나도가끔먹어본기억이있는데특유의향때문에별로좋아하지는않았다.
하지만릴리스가추천해준거라면뭐….
채썬생강한개를장어구이한점위에올려서같이먹어보니.
…완벽했다.
처음씹었을때는장어에서비린향이확올라와거부감이들었으나두번씹었을때는생강이같이씹히며그강렬한향이장어의비린내를잡아주었다.
“좀비릴려나?”
“우물우물…..꿀꺽…처음에는그랬는데.생강맛이나니까바로괜찮아졌어요.”
“그치?역시그둘은잘어울린다니까.간이좀짜니까밥도같이먹어.향이좀질린다싶으면옆에복분자벌꿀술을마셔봐.입안을깨끗하게해줄거야.”
확실히자라탕이나장어구이나비린향이약간은남아있어서끝맛이살짝남았으나릴리스의말대로벌꿀술을마셔보니.
“와….”
다시감탄이흘러나왔다.
황금벌꿀술에추가되었다는복분자라는열매가달달하던벌꿀술에시큼한맛을더해줬다.덕분에입안에남은잡내가싹사라졌다.
이어서밥만한번떠먹어보자고슬고슬하게식감이살아있었다.
자라탕국물과밥을같이먹어보기도하고,장어구이를밥에올려서한꺼번에먹어보기도하고.
밥은모든음식에잘섞여들어갔다.릴리스의말대로간이좀센음식들이었는데그균형을밥이잡아주었다.
왜대륙동부사람들이쌀을주식으로삼는지알것같았다.
규칙을안그다음부터는정신없이식사를이어갔다.
분명처음먹어보는음식이지만,거부감을느낄것도없이그냥음식자체가너무맛있었다.
행복한식사의마무리는달달한복분자황금술이었다.
“어땠어?”
“최고였어요.릴리스도먹었으면좋았을텐데….”
나만먹고있자니옆에서지켜만보는릴리스가신경쓰였다.
“내일부터는나도같이먹어줄까?”
“어?그래도돼요?”
“나라고이런음식을못먹는게아니야.처음만났을때열매먹었던거기억안나?”
그러고보니내가준열매는잘먹었었다.
“단지그럴필요를못느꼈을뿐이지.”
“이렇게맛있는데요?”
그러자릴리스는슬며시손을뻗어내입술을꾹눌렀다.
“난이게더맛있어.”
그말과함께릴리스가보여준요염한미소가심장을거칠게두들겼다.
“…릴리스도식사하실래요?”
“아니,오늘은됐어.방금잔뜩먹었거든.”
방금전일을떠올리자절로얼굴이달아올랐다.
“더,덥네요.식후산책이나나갈까요?”
“흐응….지금한겨울인데?”
“그러니까나가자는거죠.시원하니좋겠네요!”
“후훗,알겠어.옷단단히챙겨입어.”
한벌뿐인겨울코트를꺼내입고릴리스와함께방을나섰다.
“모습감출까?”
“아무래도아카데미안이니까감추는게좋지않을까요.신문에저희가데이트하던사진이찍혀버려서얼마나곤혹스러웠는데요….”
이젠인터뷰도했겠다다알게될사실이지만,그래도같이다니다가아는얼굴이라도만나면좀부끄러울것같다.
자연스럽게팔짱을껴오는릴리스와또자연스럽게팔을벌리는나.
예전이라면기겁하면서떨어질려고했을텐데.이런걸보니우리의관계가변했다는것을체감하게되었다.
릴리스도그걸느낀건지팔짱을조이며거리를좁혀왔다.
“졸업하려면얼마나남았어?”
“이제….2년남았죠.”
“…이상한기분이야.”
“뭐가요?”
“분명예전의나라면2년이라는시간은매우짧다고생각했을거야.하지만지금은….너무길게느껴져.”
릴리스가내머리에자신의머리를콩찍으며중얼거렸다.
“너때문이야.”
“죄송해요.”
“책임져.”
“책임질게요.”
그렇게사소한잡담을나누며공원을쭉걸어가던우리.
그러다잠깐.이야기의연쇄가끊기며침묵이찾아왔다.
침묵을채우는것은겨울밤의차가운바람소리.
나또한릴리스와비슷할지도몰랐다.
예전의나라면한겨울의밤산책은꿈도못꿨을것이다.이렇게추운데어딜나가냐고투덜거리기나했겠지.
하지만지금은?
아무리차가운바람이나를깎아내려해도,바로옆에서느껴지는따스한온기가나를지탱해주었다.
그렇게즐거운침묵을느끼던그때.
“아서,뭐하나만물어봐도될까?”
릴리스답지않게소극적인태도였다.
아까전의그포스가다어디로간건지.
“얼마든지요.”
“…조금불쾌하다고여길수도있어.”
설마.내가릴리스한테불쾌함을느끼다니.그럴일은결코없을것이다.
“괜찮으니까말해봐요.뭐가궁금한데요?”
릴리스는입술을달싹이며잠시머뭇거리더니.
“…혹시,혹시나해서물어보는건데……네가족에대해기억하는게있어?”
발걸음이뚝멈췄다.
멍하니서있는나를보며당황한릴리스가손을내저었다.
“대답안하고싶으면안해도돼!”
“…아뇨.그냥좀놀라서요.”
전혀예상하지못한질문이라내귀를의심했을뿐이다.
“제가족이라….일단저스스로는아는게별로없죠.갓난아기때부터고아원에맡겨져서.”
그러고보니나를고아원에맡긴그날도지금처럼새해로넘어가기까지얼마남지않은한겨울이라그랬다.
“고아원사람이말해주기를저를맡긴사람이한여성분이라고했어요.저처럼회색머리에회색눈을가졌다고걸보아하니아마그사람이제친모겠네요.”
“그럼그사람들에대해아예아는게없어?”
“저는더없어요.그나마고아원에가면알수있을지도모르겠지만….”
“문닫았다고했었지?”
“네,비리가들통났다나뭐라나.”
아이들한테그따위로대하는양반들이제대로된운영을할수있을리가없지.싹다구속되서감옥에들어갔으면좋겠다.
“한가지만더물어봐도돼?”
“그럼요.”
“혹시예전부터상처가잘낫는체질이었니?”
“어?그걸릴리스가어떻게알아요?”
분명릴리스앞에서는크게다친적이……있네…그때안건가?
놀라며돌아본릴리스는알수없는표정을짓고있었다.
“…어릴때부터그랬어?”
“네.고아원시절부터상처나병같은건곧잘낫고는했죠.”
마력대신자연치유력을얻은것이라생각될정도로뛰어난치유력이긴했다.
“네가그런체질이라는걸아는사람은얼마나돼?”
“아카데미내에서는꽤될걸요?제가1학년때사고에휩쓸린적이있는데저만멀쩡하게나아버렸거든요.”
그사건을계기로나에게트롤이라는멸칭이붙게되었지.
내대답을들은릴리스는무언가를심각하게고민하는표정이었다.내체질이무슨문제라도되나?
“릴리스?”
내물음섞인부름에고민에서깨어난릴리스는몸을반바퀴돌렸다.
“슬슬추워지려하네.이제그만돌아갈까?”
뭔가이상한태도를보였던릴리스지만얼마지나지않아다시본래의텐션으로돌아오며잡담을이어갔다.
기숙사에도착하고는내일의데이트를위해일찍잠을청하기로했다.
릴리스의따뜻한품속에서내일을향한결심을떠올린다.
‘손가락사이즈반드시재야지.특히왼손약지를눈여겨봐야겠어.내….일…..기대된…..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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