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
어둠을향해걸어간릴리스는다음순간,기숙사방이아닌다른장소에있었다.
릴리스는주변을둘러보며깊은한숨을내쉬었다.
‘다시는오지않겠다고다짐했건만….’
어둠,정확히는빛과어둠마저집어삼켜버리는혼돈에는연주자들이떠다녔다.쿵쿵울리는음울한북소리,피릴리단조로운플룻소리.사방을가득메우는악기소리는듣는이로하여금온몸에소름이돋게만들정도로음산한분위기를만들어내었다.
그런연주자들은어느한곳을기점으로빙글빙글돌고있었으며,그중심에는….
릴리스는애써그곳에서시선을살짝돌리며중앙에서약간어긋난곳에서있는존재를향해걸어갔다.
그존재는중앙을향해아련한동작으로손을뻗고있었다.
그녀는자신이할수있는두번째로강한경멸을담아그의이름을내뱉었다.
“니알라토텝.”
그러자그는손을내리더니몸을휘릭돌렸다.
“이거,이거.아주오랜만이구나.잘지내-”
“무슨짓이야.”
“음?무슨말이니?”
고개를갸웃거리는그에게주먹을갈기고싶은것을간신히참아낸릴리스는으르렁거리는목소리로답했다.
“왜시비를거냐는말이야.”
“시비라니?내가왜너와다투고싶겠니.나는너의아ㅂ-”
“그입닥쳐.내게그런말을할자격이있다고생각해?”
“이런,못본사이에입이거칠어졌구나.쯧쯧,위선자들하고어울리니품위가없어졌어.”
“이유나말해.”
“흠,다시말하지만나는너와다투고싶지않아.나는네계약자가다친것에대해심히….는아니지만어쨌거나안타까워하고있어.아서라그랬나?그인간은괜찮니?”
그의 말에 릴리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벼운입으로그의이름을부르지마.전부네의도였으면서모르는척하는것도그만둬.”
그는어깨를으쓱거렸다.
“의도라니.나는너의계약자를해치라는명령을단한번도내린적이없어.모든건명령을어기고멋대로칼을휘두른그멍청한인간이잘못이지.”
릴리스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날정도로손을꽉쥐었다.
저존재라면인간의행동따위는눈감고도조종할수있다.그도그럴것이 우주 전체의 모든존재들중에서가장인간을많이가지고논자가바로저존재니까.그녀의계약자를다치게만든것도전부예측한결과일것이다.
“흐음,그런데나는이해가되지않는구나.너는도대체왜그인간에게그렇게집착하는거지?네가지나온수많은애인들이죽거나다쳤을때는이정도로반응하지않았잖아?심지어지금껏여자하고만했던계약까지하고.무슨변덕이라도생긴 거니?”
릴리스는아차싶었다.결코저자가아서에게관심을가지게해선안되는데…
“흠, 내가 봐도 신기하긴 해.어떻게인간이그렇게많은생명력을가질수있는거지?”
니알라토텝의눈이서늘한빛을자아냈다.릴리스는 소름이돋는것을느꼈다.
역시나지켜보고있던것이다.하지만정말로모든상황을전부보았다면,특히그찬란한빛을보았더라면저런반응은나오지않았을것이다.기를쓰고아서를직접만나려했을것이다.
마침적당한변명거리가있었다.
“황금벌꿀술.그걸자주마시게했어.”
그말에니알라토텝의눈에빛이도로흐려졌다.
“흠,그래? 그거라면 말이 달라지지. 아쉽구나아쉬워.만약심장을꿰뚫리고도회복가능한생명력이태생적으로있었으면….혹시나모르는거니까.”
빨리주제를바꿀필요가있었다.마침릴리스에게는그가흥미를가질주제가있었다.
“나노덴스한테배신당했어.”
이와 동시에 니알라토텝은 기쁨과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아하!소문이사실이었구나.우습구나우스워.그렇게내말을안듣더니결국그리되었구나.”
“난이제네적이아니야.그러니까앞으로이런견제는그만둬.”
“이런,나는너를적으로생각한적이없단다.그래도뭐,알겠어.직접적으로나서진않을게.”
“간접적으로는나서겠다는말이야?”
“이런이런,너도알겠지만나를섬기는존재들이워낙에많아서말이야.그들을전부통제하는건나에게도벅찬일이란다.”
릴리스는저가증스런입을꿰매버리고싶다는충동이일었으나.
“…좋아.그렇게하자고.”
여기서만족하기로했다.그래도직접적인피해는없을거라고공언한거니까.저남자는거짓을일삼는뱀같은존재지만적어도이곳에서,중앙에자리한저존재를앞두고한말은꼭지킨다.
“그럼이만.”
“오,잘가렴나의-”
릴리스는니알라토텝의말을다듣지않고순식간에혼돈을빠져나갔다.
“…나의…..뭐라고하려그랬더라?”
잠시고개를갸웃거리던그는.
“뭐,알게뭐야.”
릴리스가나간후혼돈에남은니알라토텝은중앙에자리한존재를바라보았다.
그불규칙스런움직임에서어떤뜻을읽어낸니알라토텝은숨죽여웃었다.
“훗…후훗…..때가멀지않았습니다.나의멍청한아버지시여.조금만,아주조금만더기다려주시지요.”
그가바라보는혼돈의중심에서는불길한소리가흘러나왔다.
-G!G!G!G!G!
—-
기숙사로돌아온릴리스의하얀뺨에는땀한방울이흐르고있었다.
니알라토텝이아서에게관심을두었다.핑계를댐으로써지금당장은넘기는데성공했으나.어쨌거나관심을가졌다는것만으로위험할수있었다.
그자가망가뜨린셀수도없는인간들을떠올린릴리스는입술을 짓씹었다.
그녀는천천히발을옮겨아서가누워있는침대로향했다.
내려다본그녀의계약자는아무런걱정없이편안해보였다.그런아서의모습에릴리스는희미한미소를지었다.
“…결코너를위험하게두지않을거야.”
그가듣지못할다짐을읊조리며릴리스는침대로들어가아서의옆에누웠다.그녀는아서의팔을잠시들어올리고그속으로파고들었다.
옆으로안긴자세가된릴리스는오른손을아서의가슴에돌리고눈을감았다.
두근….두근….두근….
규칙적으로두근거리는심장소리가들려오자불안감이썰물처럼빠져나가는것같았다.
그의품에서눈을감고있기를한참,릴리스는뭔가이상함을느끼고눈을번쩍떴다.
두근..두근..두근..
손을통해느껴지는그의심박수가점점빨라졌다.소리의울림도커지더니잠깐사이에두근거림에서쿵쿵거리는소리로바뀌었다.
“끄으으…”
갑작스럽게들려온소리에화들짝놀란릴리스가그의얼굴을보자.그는얼굴을잔뜩찡그린채식은땀을흘리고있었다.마른입술사이로흘러나오는소리는분명고통의신음이었다.
“아서!왜그래?어디아파?”
그는신음으로답을할뿐이었다.
릴리스는머리가새하얗게물드는것만같았다.
눈앞에고통스러워하는아서가있지만아무것도할수없음에절망을느끼던그때.
릴리스는최후에최후까지아끼던방법을사용하기로결심했다.결심을한동시에힘을끌어올린릴리스는아서의이마에입을맞췄다.
“지금만나러갈게.기다려.”
아서와이마를맞댄릴리스는그의무의식속으로들어갔다.
인간의무의식으로들어가는행위는그대상의모든것을볼수있다는뜻.자신의계약자를깊게사랑하는동시에존중하던릴리스는결코그의머릿속을들여다보지않으리라결심했었다.하지만지금의상황은이방법이아니면도저히해결할방법이보이지않았다.
무의식의통로를따라깊게들어가던릴리스는이내순백의공간에들어섰다.
“…어?”
순백?
릴리스는자신이상상하지못한색을맞닥드리자몹시당황했다.
무의식의배경색은보통그무의식의순도를나타냈다.뒤틀린사람들은검은색,평범한인간들도짙은회색을보여주며그나마성인들이라불리는존재들이옅은회색을보여준다.
그런데순백이라니.그녀의계약자는성인군자를초월하는순수함을가지고있다는말인가.
‘그정도는아니었던것같은데….’
아무리착하디착한아서라고해도이건뭔가이상했다.마치누군가가일부러표백제를뿌린것같은순도.
릴리스는그비정상적으로하얀배경에알수없는불안감을느끼며앞으로나아갔다.
그리고마침내.
“끄으으으…”
바닥에누워신음하는계약자를발견할수있었다.
“아서!”
빠르게그의곁으로다가간릴리스는가까이가서야보인그광경에침음했다.
“이건….”
무의식의아서는현실처럼고통에신음하고있었으며그런그의머리에그림자처럼생긴검은색불투명한무언가가달라붙어있었다.
“악몽?”
무의식에서 악몽을상징하는모습이었다.하지만분명릴리스는그에게악몽을쫓는축복을내렸었다.그건형식상이아닌효과를가진진짜축복이었다.그런데도악몽이라니?
이런것이가능한경우는두가지였다.첫번째는릴리스의힘이떨어짐에따라축복또한힘을다했다는것.두번째는릴리스의축복을뛰어넘는강력한저주의영향이었다.
전자의경우일주일이라는시간을통해힘을회복한릴리스라면간단하게처리할수있을것이고,만약에후자라면…..
릴리스는제발전자이기를바라며그의머리를잠식한악몽으로손을뻗었다.
“흐읍!”
악몽은그의머리에착달라붙어떨어질생각을하지않았다.
후자의가능성이급격하게올라갔다.
릴리스는머릿속으로자신의축복을무시할수준의저주를내릴수있는존재들을추려보았고,하나같이끔찍한존재들이라는생각에식은땀을흘렸다.
아서는이제신음을넘어비명을지르는수준까지도달했다.
“안돼!정신차려,아서!”
힘을잔뜩끌어올린릴리스가잡아당겨도꿈쩍도하지않는악몽.
“으윽…!”
릴리스는고통스러워하는그의모습에가슴이난도질당하는것만같았다.
눈가가촉촉해진릴리스는그의가슴에얼굴을묻으며소리쳤다.
“고백한다며,이바보야!이딴악몽따위는떨쳐내고 일어나라고!!”
그순간.
화아악
누워있는아서의몸에서빛이흘러나왔다.
“이건…?”
저번에도보았던찬란한빛에릴리스는눈을찡그렸다.
아서의전신에서뿜어져나오는빛은순식간에악몽을몰아내며그의무의식을깨끗하게정화시켰다.
“내게도 버거운 악몽을도대체어떻게…?”
릴리스는이해할수없는광경에벙찐표정으로멍하니바라만보았다.
빛이도로아서의몸에들어가자그제야정신을차린릴리스는황급히그를품에안았다.절대놓지않겠다는듯강하게끌어안고그와자신의꿈을연결시켰다.
그러자아서의몸이흐릿해지며마치안개처럼릴리스의정신으로흡수되었다.
자신이만든꿈을들여다본릴리스는아서가무사히들어간것을확인하고지친숨을푹내쉬었다.
아서가릴리스의꿈에들어간이상.그누구도그녀의허락없이는그를건드릴수없었다.
“휴우….”
식은땀을닦아낸릴리스는순백의무의식을한번훑어보고자신의무의식으로들어섰다.
그녀의계약자는어리둥절한표정으로어두컴컴한릴리스의꿈을둘러보고있었다.
릴리스는기쁘게웃으며그에게달려갔다.
“아서!”
그런데….
“…누구세요?”
그는릴리스를알아보지못했다.
“…아서?”
전혀알아듣지도,알아보지도못하는그의모습에실망을감추지못한릴리스지만.
“누군지는모르겠지만죄송해요.”
풀이죽어사과하는아서를보자한편으로는안심이되었다.기억은못할지라도순수한아서는결코변하지않으니까.
부드럽게미소지은릴리스는고개를푹숙이고있는아서를꼭안아주었다.
“계속같이있어줄게.”
그녀의감정이전해진것일까.아서는고개를들어그녀를마주보았다.
“정말요?”
“그럼.”
이에그가얼굴을살짝붉히며답했다.
“…고마워요.”
“죄송해요.”
“사ㄹ….”
마지막말은끝까지이어지지못했으나릴리스는자신의계약자를믿었다.
반드시기억해낼거라고.
반드시기억해내서내게고백할거라고.
지금은그저기다리며그가휴식할품을내줄뿐이었다.
품에안겨안정을취하는그가듣지못할정도로작게,릴리스가속삭였다.
“응,나도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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