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39



릴리스의 울음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나는 계속해서 릴리스를 품어주었다. 릴리스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한참을 울다가 진정된 릴리스는 내 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빨갛게 부은 코와 눈가.

저런 얼굴마저 예쁘면 어쩌자는 겁니까…

봐도 봐도 비현실적인 미모다.

“좀 진정됐어요?”

“훌쩍…. 미안, 옷 더럽혀서…”

“아뇨. 어차피 꿈인데요, 뭘. 그러는 릴리스는 현실에서도 울던 저를 품어줬으면서.”

생각해보면 매번 슬퍼하거나 두려워하는 나를 품어준 건 릴리스였다. 서로 더 깊은 관계를 약속한 이상, 나도 릴리스를 품어주고 싶었다.

“크응…. 현실, 가고싶어?”

훌쩍이며 말하는 것도 귀여운 릴리스.

“네, 현실에서도 이렇게 안아줄게요.”

“…응.”

릴리스는 손을 뻗어 내 가슴 위에 올렸다.

“현실에서 보자, 아서.”

대답을 하려던 그 순간.

시야가 흔들리며 주변의 풍경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어진 것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지러운 기분.

드림랜드로 넘어갈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죽었다 살아나다니. 나도 참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애초에 릴리스가 엮인 것부터 참 어지러운 삶이 예정된 거나 다름없지.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 덕분에 내가 이런 감정을 으낄 수 있었으니까.

눈을 감고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고 기다리기를 잠시.

갑작스럽게 이동이 멈췄다.

예상보다 일찍 끝난 이동에 의아해하며 눈을 뜨자….

“…어라?”

눈앞에는 아는 얼굴이 둘, 있었다.

“휴, 성공했다.”

기다란 수염을 가진 청년과,

“다행이군. 실패하면 어쩔까 고민했는데.”

금발의 가느다란 눈을 가진 청년.

둘 다 내가 예상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히프노스….그리고 총장님…?’

이 둘이 어째서…

주변을 둘러보니 히프노스를 처음 만났던 그 무채색 공간이었다.

“자, 네가 왜 여기에 있냐면-”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히프노스의 말을 끊고 들어온 총장님. 그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보이던 정중한 태도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다.

“이봐, 쟤가 뭘 알고 했겠어? 심문하듯이 하지는 말자고.”

“그런 식으로 넘어갈 사항이 아니야. 심각한 상황이라고.”

“에헤이. 아직 확정난 것도 아니면서. 지켜 보라고.”

총장님을 밀어낸 히프노스가 내게 물었다.

“이봐, 어린 친구. 나 기억해?”

“…히프노스.”

“그래. 드림랜드에서 만났었지? 기억해주다니 다행이구만. 너는 지금….아니, 그것보다 먼저 상황설명이 먼저겠네. 네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알고 있니?”

릴리스가 오가는 텀만으로는 시간을 계산할 수 없었다.

“아뇨.”

“한달. 자그마치 한달이야.”

“…네?!”

한달이나 잠들었단 말인가?

“물론 심장이 꿰뚫린 걸 감안하면 일찍 일어난 거긴 해.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꽤나 긴 시간이지. 그 동안 너는 어디 있었게?”

설마 기숙사는 아닐 테고.

“놀랍게도 기숙사란다.”

…..진심?

“문제는 그 기숙사의 상태야. 검은 보호막이 정확히 너의 방만을 감싸고 있어. 저기 짜져있는 내 친구 (동료다) 그래, 동료가 그걸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했지만, 흠집도 안 나더라고.”

릴리스의 보호막이라면 절대적인 강도를 자랑할 것이다. 힘이 충분한 상태였더라면 수증기 폭발도 버텨냈겠지.

“이게 참 문제란 말이지….”

히프노스는 자기 머리를 긁적이더니 빛나는 눈을 내게로 향했다.

“네크로노미콘. 가지고 있지?”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을 뻔했던 이름이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표정에 다 들어난 건지 히프노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래, 그러겠지. 그 서가에 들어갈 유일한 사람이 너니까….. 그 책 지금 어디있어?”

네크로노미콘이라면 내 주머니에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볼 내용이 남아 있는데….’

이 책은 내가 릴리스의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책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책이야. 읽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수 있다고! 네가 아무리 소환에 성공했다고 한들 그건 엄청난 행운이 따른 결과야. 다시 그런 운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건 도박이라고!”

‘…소환? 설마 릴리스를?’

감이 잡혔다.

지금 이 둘은 내가 네크로노미콘을 통해서 릴리스를 소환했다고 추측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고양이도 문제야. 나도 처음에는 그저 다른 은하에서 온 고양이일 거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 보호막을 직접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 그 고양이는 위험해. 상상 이상으로.”

히프노스는 지금 네크로노미콘 뿐만 아니라 릴리스까지 의심하고 있다. 말을 들어보니 아직 외신이라고 확정을 짓지는 못했지만 의심을 하는 단계였다.

거짓말이 필요하다. 이 둘을 속일 만한 절묘한 거짓말이.

“…우선 지금 저에게는 네크로노미콘이 없어요.”

” ‘지금’ 없다고? 그럼 가지고 있기는 했다는 말이네? 어디 갔지?”

“…아마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그러자 밀려났던 총장님이 다가왔다.

“말장난 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자칫하면 우리 은하가 통째로 날아갈 가능성도-”

“먹어버렸는데요.”

“….뭐라고?”

나는 총장님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한다.

“릴림이 먹어버렸어요. 그 책.”

“……”

“……”

히프노스와 총장님 둘 모두 입을 딱 벌리며 벙찐 표정이 되었다.

“…자, 잠깐만 먹어버렸다니? 네크로노미콘을?”

“네. 소환 되자마자 한입에 삼켜버리던데요. 저도 놀라서 뱉어보라고 하니까 종이 조각만 뱉어내더라고요.”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히는 둘.

얼마 지나지 않아 총장님은 한손을 천천히 들어 자신의 뒷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그걸 번역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근데 그걸 홀라당 삼켜버렸다고? 끄으윽…뒤, 뒷목이…”

“이봐! 정신 차려!”

번역자가 총장님 본인이었나 보다.

충격이 어지간히 큰 건지 총장님은 눈을 까 뒤집으며 쓰러졌다.

“정신 차려봐! 카터!!”

정신을 못 차리는 총장님을 뒤로 하고 히프노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큼, 네크로노미콘은 없어졌다고 치자. 그럼에도 그 고양이는 위험해. 네가 소유해도 될 녀석이-”

“소유하다뇨. 저와 릴림은 가족입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지라도 녀석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애초에 고양이가 아닐 가능성도-”

“배방구라고 들어보셨니까?”

“…뭐라고?”

“배에다가 바람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게 뭐 어쨌다고?”

“릴림이 가장 좋아하는 행위입니다.”

“……”

죄송합니다, 릴리스.

“고양이 맞아요. 좀 강한 고양이인거지.”

“조금이 아니라니까?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그렇다고 저에게서 강제로 떨어뜨리려고 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진짜 위험할 것이다. 릴리스의 아카데미 멸망 시나리오가 실현되겠지.

“그것도 그렇긴 한데…”

흠, 이 신 두뇌 수준이 2.5 루크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위험하겠다 싶으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우선은 지켜 봐주세요.”

히프노스는 내 말에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갈등했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좋아. 우선은 놔주도록 하지. 단, 그 고양이가 반응이 이상하다 싶으면 이걸 눌러.”

히프노스는 내게 작은 메달을 건넸다.

“그 메달 중앙을 3번 꾹꾹꾹 누르면 내가 갈게.”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봐. 나는 이 친구부터 챙겨야겠다.”

히프노스가 훠이훠이 손을 내젖자 끊겼던 이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쓰러진 총장님을 흔들어 깨우는 히프노스가 순식간에 멀어지며 소용돌이로 들어섰다.

이제는 정말 돌아간다.

일어나자마자 릴리스한테….

—-

눈을 뜨자마자 들어오는 밝은 빛에 도로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미안해. 오랜만에 눈 뜨는 거라 좀 밝지? 배려가 부족했네.”

눈꺼풀 너머로 빛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됐어. 눈 떠도 좋아.”

눈을 뜨자 익숙한 기숙사 천장이 보였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좋은 아침, 아서. 내 꿈 꿨어?”

“그럼요. 꿈에서 릴리스랑 찐한 키스도 하고, 고백까지 했다고요.”

“후훗, 현실에서도 해볼래?”

나는 곧장 릴리스에게 입을 맞췄다.

꿈에서 했던 것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 것은 기분탓만은 아닐 것이다.

입을 땐 나는 릴리스와 이마를 맞대고 속삭였다.

“사랑해요, 릴리스.”

“사랑해, 아서.”

도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사랑해요, 릴리스.”

“사랑해, 아서.”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침대에서 뒹굴며 키스를 하며 사랑을 속삭였다.

분명 마음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고 있건만, 두근거리는 마음은 줄어들긴 커녕 오히려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서로의 감정을 섞으며 함께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 미치도록 행복하다.’

릴리스에게 소원을 빈 과거의 나.

네가 최고다!

—-

그렇게 뒹굴거리기도 지치자 우리는 이불 속에 들어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훗, 한달 동안 못 받은 키스. 전부 받아버렸네.”

솔직히 더 하고 싶었지만 이 이상은 퉁퉁 불어버린 내 입술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어져있고 싶은 마음에 손을 맞잡고 있었다.

릴리스는 내 손가락을 이리저리 훑으며 장난을 쳤다.

내 지문과 자신의 지문을 꾹 누르며 릴리스가 물어왔다.

“식은 졸업한 이후에 올린다고?”

“네. 그래도 아직은 학생이니까요.”

“그럼 우리는 지금 어떤 관계야?”

“어…. 그건 생각 못했는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적당한 말을 찾아냈다.

“약혼을 한 사이죠.”

“아니지.”

릴리스가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엮었다.

“약혼을 한 ‘연인’ 사이지.”

“거기에…”

나는 릴리스의 엄지에 내 엄지를 꾹 눌렀다.

“가족이기도 하죠.”

“푸흐흐…. 그렇네.”

연인과 가족.

릴리스와 나를 정의하는 관계성이다.

아직은 이 둘이 합쳐지지 않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금만…?

“잠깐만요. 제가 한달동안 잤다고 했죠?”

“응, 그런데?”

실기평가는 매학기 말에 치룬다.

그 실기평가가 끝나고 한달이 지났단 소리는…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기숙사 벽에 붙여진 달력을 바라보았다.

“…어?”

달력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뭇잎과 기온이 함께 땅에 떨어지는 시기.

계절이 바뀌는 일년의 마무리 단계.

우리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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